감정과 통증은 본질적으로 같다: 만성통증에 주의력 재배치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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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감정과 통증을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통증을 몸의 손상에서 기인한 신체적 현상, 감정을 마음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으로 구분합니다. 하지만 김주환 연세대 교수는 이 두 가지를 완전히 분리해서 이해하는 것은 뇌의 작동방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합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감정과 통증은 뇌에서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는 ‘내부 감각에 대한 반응’이며, 본질적으로는 같은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뇌과학 실험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사회적 관계에서의 거절(소셜 리젝션) 실험을 MRI로 관찰했을 때, 뇌에서 실제 신체적 통증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인 **안테리어 인슐라(AI)**와 **배측 전방 대상피질(DACC)**이 똑같이 활성화되었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누군가에게 거절당하거나 이별을 겪을 때, 뇌는 그것을 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것만큼이나 강력한 통증으로 받아들입니다.

감정과 통증은 모두 생존의 경고 시스템이다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신체적 손상이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뇌는 손상을 인지하고 강력한 경고를 줍니다.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의 단절이나 사회적 고립도 생존의 위협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응으로 슬픔이나 외로움, 불안, 분노와 같은 감정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슬픔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뇌가 보내는 경고입니다. 중요한 인간관계가 끊겼음을 알리고, 그런 상황을 피하도록 유도하는 생존적 반응입니다. 김 교수는 슬픔을 “관계의 단절에 대한 경고”라고 정의합니다.

만성통증과 감정조절장애의 공통점

우리는 두통, 허리통증, 가슴 통증 같은 만성통증이 발생하면 보통 몸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만성통증은 신경계의 오류로 인해, 몸의 이상이 아닌 ‘통증의 오해’로부터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장기나 심장에서 올라오는 자연스러운 신호를 뇌가 과도하게 해석해서 “이건 위험한 신호야”라고 받아들이면, 실제로 통증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런 신호는 대부분 그냥 무시해도 되는 수준의 노이즈일 뿐입니다. 만성통증 환자는 이런 내부 감각 정보를 무시하지 못하고 과잉 해석하면서 끊임없는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는 감정조절장애와도 동일한 구조입니다. 불안, 분노, 슬픔도 결국은 내부 감각 신호를 해석하는 시스템의 오류에서 비롯되며, 이는 감정과 통증이 뇌 안에서는 같은 회로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합니다.

해결책은 주의력의 재배치

감정도, 통증도 뇌가 보내는 경고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를 억지로 없애려 하기보다는 주의력을 재배치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김주환 교수는 이를 ‘Deploying of Attention’이라고 설명하며, “내부 감각 신호가 일어났을 때 그것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각으로 주의를 분산시키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호흡’입니다. 호흡은 자율신경계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조절되지만, 동시에 우리가 의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생리적 기능입니다.

호흡 명상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주의를 몸에 집중시킬 수 있으며, 이는 뇌에게 새로운 맥락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불안해서 심장이 빨리 뛸 때, 억지로 “불안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호흡을 하고 턱 근육을 이완시키면 뇌는 그 신호를 받아들여 “지금은 괜찮은 상황이야”라고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심장 박동 명상, 감정 치유의 시작점

강의 말미에 김 교수는 심장 박동을 알아차리는 명상을 함께 진행합니다. 눈, 턱, 어깨, 가슴, 복부, 다리, 손 등 신체 여러 부위에서 느껴지는 자신의 심장 박동을 가만히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감정과 통증의 인식에 변화가 생깁니다.

이는 단순한 명상이 아닙니다. 뇌가 오작동하는 감각 신호를 해석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강력한 ‘재프로그래밍’이 되는 것이며, 결국 감정조절장애와 만성통증을 치유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결론: 감정과 통증을 따로 보지 말 것

감정과 통증은 뇌의 동일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생존의 경고입니다. 이를 없애려고 애쓰는 대신, 그 경고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주의를 분산시키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만성통증과 감정조절 문제 모두, 우리 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신호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되며, 결국은 내부 감각 신호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맥락을 제공하는 연습을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몸과 마음을 다르게 이해하는 것, 그것이 고통을 줄이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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