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의식을 향해 외치는 아우성: 감정과 내면소통의 진실

몸이 의식에게 요구하는 단 하나의 명령, “움직여라!”

김주환 교수는 “의식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해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습니다. 그는 의식이란 결국 ‘몸의 효율적인 작동’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의식은 몸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휘센터이며, 그 핵심 명령은 단 하나, “움직여라!” 입니다.

몸은 방대한 정보를 뇌로 전달하지만, 뇌가 몸에게 주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이는 의식이 오직 ‘움직임’이라는 행위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상황, 즉 위기 상황에서는 뇌가 즉각적으로 몸에게 신호를 보내어 위기를 피하거나 극복하게 합니다. 결국 몸은 의식에게 외치는 것이죠. “움직여라! 살아남기 위해서!”

감정은 마음이 아니라 ‘행동’의 문제다

감정은 단순한 마음의 상태가 아닙니다. 김 교수는 감정을 Fixed Action Pattern (FAP), 즉 고정된 행동 패턴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두려움은 도망가거나 움츠러드는 행동을 유발하고, 분노는 공격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감정들은 단지 느낌이 아니라, 몸이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구체적인 행동 전략입니다. 심리학자 로돌포 지나스는 “감정은 마음이 아니라 몸과 행위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감정은 결국 ‘움직임의 문제’이며, 움직임의 패턴을 훈련으로 바꾸는 것이 곧 감정 조절이라는 통찰입니다.

‘나’를 바꾸고 싶다면 움직임의 패턴을 바꿔라

의식은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의도(intention)와 주의(attention)의 생산자입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라는 정체성은 결국 내가 어떤 의도를 갖고, 어디에 주의를 기울이며,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감정과 통증은 몸의 아우성입니다. 그들은 움직이라는 신호이며, 이를 통해 내면의 문제를 외면으로 드러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나를 만들고 싶다면, 건강한 움직임의 패턴을 만들어야 합니다.

알로스타시스: 변화 속에서의 균형 유지

우리는 종종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개념을 통해 몸의 균형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보다 더 정교한 개념인 **알로스타시스(allostasis)**를 제안합니다. 이는 변화를 통한 안정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수분이 부족할 때, 항상성은 갈증을 느끼고 소변량을 줄이는 단순한 반응입니다. 반면, 알로스타시스는 뇌가 이를 예측하고 사전에 조절 명령을 내리며, 동시에 다른 장기에도 수분 보존 신호를 보냅니다. 이처럼 알로스타시스는 수동적 반응이 아닌 능동적 예측 시스템입니다.

탈바꿈의 비유: 왜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가?

지구상 동물의 약 40%가 탈바꿈(metamorphosis)을 겪습니다. 단순히 형태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행동 양식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애벌레는 나뭇잎을 먹고 교미를 하지 않지만, 나비는 꽃꿀을 먹으며 교미를 합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항상성 유지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알로스타시스라는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변화’ 개념이 적절합니다. 몸은 변화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을 위한 조건을 능동적으로 조정합니다.

알로스타시스 실패: 감정과 통증의 본질

내부 환경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조절에 실패하면 예측오류 상태가 지속되며, 이때 감정과 통증이 발생합니다. 이는 몸이 보내는 신호이며,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됩니다.

예를 들어, 뇌가 수분 부족을 인지하지 못하면 피부나 입에서 수분 배출을 줄이라는 신호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그 결과 다양한 통증이나 피로가 생깁니다. 이처럼 예측오류는 감정과 통증의 본질이며,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우울증, 불안장애 등 만성 정신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힘: 능동적 추론의 정밀도

심리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Barrett) 교수는 감정을 단순한 반응이 아닌 세상을 구성해내는 방식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세상에 대한 예측과 그 예측이 빗나갔을 때의 조정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잘 구분하고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더 정확한 내면 환경의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알로스타시스 조절에 매우 유리합니다. 즉, 자신의 감정을 잘 아는 것이 건강한 삶의 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삼중네트워크 이론: 감정과 행동의 신경적 기반

뇌의 작동은 단일한 회로가 아니라 삼중네트워크 이론으로 설명됩니다. 이는 기본모드네트워크(DMN), 주의네트워크(SN), 실행제어네트워크(CEN)로 구성됩니다.

DMN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작동하며, 목표지향적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SN을 거쳐 CEN으로 전환됩니다. 특히, 주의네트워크(SN)는 감정과 감각 정보의 중요성을 평가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핵심입니다.

즉, 감정은 뇌의 네트워크를 재구성하고, ‘움직임’을 조정하는 신경적 시스템의 작동 결과입니다.


김주환 교수의 강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던 감정, 몸, 의식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합니다. 감정은 단지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생존의 신호입니다. 그리고 그 신호는 단 하나의 명령으로 응축됩니다.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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